알고리즘과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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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과 민주주의

과거의 지식과 문화는 비평가와 언론, 공공 기관 같은 인간의 안목을 거치며 정제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이 주도권을 쥔 지금, 무엇을 보여줄지 결정하는 권한은 기업의 알고리즘으로 넘어갔다. 이 연산 체계의 우선 목표는 공익이 아닌 체류 시간과 광고 수익의 극대화다.  

​이로 인한 문제는 단순한 정보의 편식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용자의 시선을 붙잡아 두려는 플랫폼의 메커니즘은 이견을 조율 하기보다 반목과 갈등을 키우며 사회적 균열을 키운다. 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관점을 마주하는 일은 성찰의 계기가 되기보다 적개심을 부추기는 계기가 되었고, 타인의 처지를 헤아리는 공감 능력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동시에 인간은 함께 숙고하는 주체에서 취향만을 고집하는 구매자로 격하된다. 대화를 통해 타인의 처지를 헤아리고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는 것이 성숙한 구성원의 조건이지만, 맞춤형 환경은 개개인을 사적인 기호 속에 고립시킨다. 날 것의 갈등을 마주하며 타협점을 찾아가던 현실의 공론장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사유의 수고로움을 덜어내려는 분위기는 결국 가치 판단까지 인공지능에 넘기자는 위험한 발상으로 이어진다. 기계는 이미 짜인 틀 안에서 데이터를 계산하는 데 능할 뿐이다. 정해진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무엇이 공동체에 바람직한지 고민하는 일은 계산으로 대체할 수 없으며, 이를 기계에 맡기는 것은 기존의 편향을 세탁하는 일에 불과하다.  

​작금의 문화적 위기는 데이터의 분량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능력의 퇴화에서 비롯된다. 기술적 처방만으로는 이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효율성이라는 편리함을 넘어, 낯선 타인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차이를 조율하는 공적 시공간을 복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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